요즘 10대들이 어른들한테 조건만남 하자면서 어찌는가 보쇼 !!!
#49세 남성 A씨는 지난 6일 채팅 어플리케이션로 한 10대 여성과 조건만남을 약속하고 인천 미추홀구의 한 모텔 방에 들어섰다. 하지만 여성은 만난 지 5분 만에 '잠깐 친구 좀 만나고 올게요'라며 나가려 했다. 남성은 수상한 낌새를 느껴 "조건만남을 안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밖에 있던 10대 남성 세명이 들어오더니 '돈을 내놓지 않으면 미성년자 성매매로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겁에 질린 A씨는 현금 110만원을 건넸다.
#나흘 뒤인 지난 10일 44세 남성 B씨가 인천 미추홀구의 한 모텔에서 똑같은 수법에 당해 현금 6만원을 뜯겼다. 경찰이 일당 8명을 잡고 보니 한명은 얼마 전 A씨의 현금을 뜯어낸 남학생 C군(15)이었다. 경찰은 C군이 가출 청소년도 아니고, 가정형편도 불우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단순 '용돈벌이'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사건을 수사 중이다.
10대 청소년의 '조건만남 사기'에 당한 피해사례가 계속 속출하고 있다. 미성년자와 조건만남을 원하는 성인이 적지 않다보니 범행을 반복해 저지르는 상습범까지 나왔다. 범행을 저지른 청소년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결국 피해를 줄이려면 미성년자 성매매를 시도한 성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기당한 어른들 훨씬 많을듯...경찰 "추가 피해 파악 중"
21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조건만남을 미끼로 B씨의 돈을 뜯어낸 10대 청소년 8명 중 1명은 사흘 전 A씨를 상대로도 같은 범행을 저지른 C군이었다.
경찰은 지난 6일 C군을 모텔에서 공동공갈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만 15세인 C군은 형법상 촉법소년(만 14세 미만)도 아니다. 하지만 경찰은 C군이 범행을 깨끗이 인정했기 때문에 조사 후 부모님께 인계했고 구속 절차는 밟지 않았다.
C군은 풀려난 지 4일 만에 다른 10대 무리에 섞여 또 조건만남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 C군과 이들이 같은 학교 학생도 아니었다. 경찰은 이들이 오롯이 범행을 위해 뭉쳤을 가능성을 염두하고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C군이 용돈을 벌려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C군이 가출 청소년도 아니고 집안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기 피해를 본 성인이 더 많을 거라 보고 추가 피해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조건만남 사기 사례는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2018년 서울에서 한 남성이 조건만남을 하러 모텔에 갔다가 10대 4명에게 속아 15만원을 뺏기고 무릎을 꿇은 채 뺨을 맞는 일이 있었다. 2015년에는 경기도 안산시에서 여중생과 조건만남을 원했던 52세 남성이 발가벗겨진 채 각목에 폭행당하고 650만원 상당의 차량과 현금을 뺏기는 사건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조건만남을 원했다가 10대들의 협박당하는 성인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며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약속하는 채팅 어플리케이션도 한두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건만남은 왜곡된 성적 판타지...처벌강화해야"
조건만남 피해자들은 돈을 뜯기고도 본인이 처벌당할까 두려워 사기범들을 신고하지 못한다. 성매매 미수는 상대가 성인이면 처벌 규정이 없지만 미성년자면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이른바 아청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미성년자 성매매는 왜곡된 성적 판타지의 결과물이라 말한다. 프로파일러 출신인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음란물 중독 등 여러 이유로 이상 성욕이 생길 수 있다"며 "왜곡된 성 관념을 가진 사람들의 성욕이 과도해지면 미성년자와 성매매하겠다는 욕구를 겉으로 표출하게 된다"고 했다.
미성년자 성매매 시도가 미수에 그쳐도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미성년자 성매매를 원한 성인들 때문에 '조건만남 사기' 피해를 늘린다는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돈을 줄 테니 성관계하자는 것은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미성년자 성매매는 미수범도 엄중하게 처벌해야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